전과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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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죄를 인정하는 사람,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 가리지 않고 모두 물어보는 질문이죠. 
그 질문은 바로, “그럼 저에게 전과가 생기는 건가요?”입니다. 
법률 지식이 조금 더 있으신 분은 이렇게 물어봅니다. “그럼 기소유예를 받을 수 있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공적 기록으로 남겨지고, 그 기록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져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는 것이죠. 
기소유예를 받으면 전과를 남기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 

 

 

기소유예를 받으면, 
정말 기록과 전과의 두려움에서 해방될 수 있는 걸까요? 

 

 

먼저, 기소유예가 무엇인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하거나, 처벌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전자의 경우 검사는 “소송을 시작한다”는 의미의 기소 처분을 하고, 후자의 경우 검사는 반대 의미의 불기소 처분을 합니다. 
 
기소유예는, 불기소 처분의 한 종류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불기소 처분이 무죄를 전제로 하는데 비해, 기소유예는 유죄를 전제로 합니다. 
즉, 피의자가 죄를 지은 건 맞는데 범죄가 비교적 가볍고, 기소하지 않아도 피의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적어 보일 때 하는 것이 바로 기소유예입니다.
 
이때 검사가 특히 주의 깊게 보는 사실관계는 5가지입니다, 
첫째, 피의자에게 전과가 없는지, 
둘째, 피의자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인지, 
셋째, 범죄로 인해서 생긴 피해가 적은지
넷째, 피해자가 없거나 피해자와 합의가 되었는지, 
다섯째 피의자가 수사 과정에서 협조적이었는지를 주로 고려하죠. 
 
예를 들면, 전과가 있는 피의자가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피해자와 합의를 하더라도 기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전과가 없는 피의자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의 경우에는 기소유예 처분을 상대적으로 잘해주는 편입니다.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하면, 피의자는 유무죄에 관하여 판사의 판단을 받지 않습니다. 
그 결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람은 벌금이나 징역형과 같은 ‘전과’, 즉 과거에 처벌받은 전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기소유예처분을 받아서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피의자에게 아무런 불이익도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죄를 저질러 기소유예를 받았다는 사실은 5년 또는 10년간 수사기관에 기록되어 보관됩니다. 
이로 인해 공무원 취업이나 주재원 파견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고, 범죄를 저지른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불이익한 행정처분이나 징계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검찰에 출석하여 개과천선할 것을 다짐하는 ‘서약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기도 하죠. 
전과는 남지 않지만, 범죄를 저지른 사실은 그대로 인정되기 때문에 그로 인한 불이익은 여전히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불이익 때문에 모든 사람이 기소유예 처분을 달갑게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자신은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데 검사가 증거불충분이나 혐의없음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하지 않고, 죄가 인정됨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 것에 분노하며 불복하기도 합니다.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에게 사건의 시비를 가려서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기소유예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는데, 피의자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 위해 검찰에 제출하는 서약서를 작성한 날을 기소유예 처분이 있은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날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죄를 저지른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에게, 기소유예 처분은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입니다.
변호사를 한 번만 선임할 수 있다면, 수사 과정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서 기소유예를 받는 데 필요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하죠. 
그러나 스스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사람은 기소유예 처분에 만족하면 안 됩니다. 
‘전과’만큼 심한 범죄자의 낙인은 아니지만, 기소유예도 낙인의 한 종류임은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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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변호사 황세훈(법무법인 정결)
검토 - 변호사 정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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